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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20 전역 단상 (16)
- 2009/02/08 훈련 다녀오다. (8)
- 2009/01/09 근황. (14)
- 2008/09/13 명절, 그리고 응급당직. (2)
- 2006/09/13 유격훈련. (1)
- 2006/09/03 유격 훈련 출발.
- 2006/05/22 Vestibular neuronitis (1)
- 2006/05/18 군의관. (1)
전역 단상
이런 이야기를 하긴 좀 뭐하지만 많은 수 군인들의 특징이라면 떠날때'만' 잘해준다는 것이다. 전역전에 하는 온갖 노고 치하와 축하를 듣곤 하면 과연 '이 사람들이 진심으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평소에 나에게 그렇게 대할 수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 생각하는건지. 아니면 전역 후에 민원이라도 넣을까봐 그러는지. 물론, 여기에 적힌 현 대대장님은 군생활 3년동안 만난 지휘관들 중 제일 좋은 분이므로 제외.
휴가를 끝내고 부대로 복귀한 아침, 마치 군 부대를 방문한 일반인의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모든 풍경이 그리도 생경한지..
병원에 있은 며칠 간의 생활이 군대라는 곳을 완전히 잊어버리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다.
저녁에 부대를 나서며 2년간 있었던 군의관실 문을 닫고 나오는데, 빈 군의관실을 보면서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치솟았다.
채 세네평이나 될까. 그런 조그마하고 허름한 공간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고민과 결정을 했었다는 사실에..
더구나 그 공간은 의무대를 옮기며 내가 직접 도안하고 작업하여 만든 공간이었기에 더 정이 갔으리라. 그 공간에서 내 인생의 많은 중요한 일들을 고민하고 결정했던 것 같다. 진로에 대한 고민, 미국의사국가고시 시험 준비,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찰, 성형외과 합격의 소식. 그 모든 일들이 그 방에서 이뤄졌다. 아무튼 허름하고 방음도 안되고 단열이라는 말이 사치로 느껴질 정도의 그 공간임에도 나름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군생활을 그렇게 싫어하였음에도 그런 섭섭한 감정을 느낀 것을 보면.
군대에 처음 왔을때는 27세였는데, 군생활을 끝내는 지금. 30대가 되었다.
20대의 마지막을 함께한 군대.
아직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군대에 가야 겠다는 결정을 내리던 인턴시절의 생각이 생생하다. 난 이 병원이 맞지 않는다고, 잘 할 자신이 없다고, 이곳에서 의사가 하고 싶지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남들이 다 말림에도, 갈 수 있는 곳이 많았음에도 끝끝내 뿌리치고 군의관으로 오던 그날을 기억하는데..
인턴때 생긴 back pain과 knee pain으로 찍은 MRI사진과 윤도흠 선생님의 소견서를 들고 처음 대전 군의학교로 신검을 받으러 가던 기억. 그곳에서 새벽 4시경에 찬혁이와 나와서 첫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던 기억. 버스타고 학교 앞을 지나다가 핸드폰으로 확인한 ARS에서 육군으로 배정되었다는 메시지를 들었던 기억. 3사에 처음 입소할때 머리를 빡빡깎고 들어가면서 '그래. 내가 원하던 것들 모두 이루고 말리라'고 다짐했던 기억. 힘든 훈련 기간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ventilation하던 기억. 사격 훈련에서 20발중 19발 맞췄던 기억. 양평쪽 부대에 배치받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적응장애'를 느꼈던 기억. 매일매일 사는게 미치도록 힘들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차라리 이렇게 사느니 죽는게 낫겠구나 싶었던 기억. 그럼에도 '나는 내 스스로 선택해서 온 것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의사로서의 자존감을 잃지 않으려 무척이나 애썼던 기억.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와서 혼자 식사를 해먹으며 공부를 하다가 뒤를 돌아보면 텅 빈 방에 나만 외로이 있는 그 현실에 남몰래 눈물도 흘렸던 기억. 군대와서 '그래. 나는 의사야.'라는 생각을 잃게 해주지 않았던 고마운 시험, USMLE 시험을 처음 보던 기억. 군의관 1년차 마지막에 병사 하나가 자주포에 압사하여 그 뒷수습을 하던 기억.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인격모독을 하던 지휘관에 대한 기억. 2년 여간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성형외과를 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던 그 순간. 교수님들께 인사를 다니면서 교수님들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일희일비 하던 기억. 면접때 자화상을 그리게 한다고 군의관실에 앉아서 몇날 몇일동안 잘 그리지도 못하는 그림을 그리며 A4용지 수십장을 쓰던 기억. 지금의 여자친구를 보고 싶다고 매일 밤 늦은시간에 몰래 여자친구를 만나러 다녔던 기억. 군의관 모임을 조직하여 정기모임을 주최하던 기억.
적어보면 참 많은 일들이 군생활 동안 있었고..
군대라는 곳이 나를 참 많이도 변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인생의 가치'란 것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도 바꿔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원하는 과에 합격하기만 한다면 참 행복할 줄 알았는데..
기쁘기도 하지만, 아쉬움과 슬픔이 교차하는 묘한 기분의 오늘이다.
군대에 있는 동안 '부정(denial)'이라는 방어기제를 참 많이도 썼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군생활에 대한 기록사진이 거의 없는데..
저 촌스런 전역패가 내 군생활을 증명하는 몇 안되는 기록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전역패를 해주겠다고 했을때는 저런거 받아서 무엇하랴 싶어 '해주실 필요 없습니다.'라고 이야기하였는데, 막상 패를 받으니 그래도 내 군생활, 나라에 대한 의무의 이수가 여러사람들에 의해 확인된 것 같아.. 정말 내가 전역하는 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20대의 마지막을 군대와 함께 보냈다. 군대에 온것. 내 선택이었기에 그만큼 힘들때 버틸수 있기도 했지만, 그만큼 내 자신을 참 많이도 책망했던 기억이 있다. 남들 앞에선 의연한 척 했지만...전역을 한다니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떠올라.. 그때의 내 자신을 생각하면 괜시리 눈물이 난다. 참 많이도 힘들어했었으니까.
그래도..
최근들어 군대를 일찍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이벤트. 여자친구와의 사귐.
군대를 일찍 왔기에 앞으로 인생의 milestone을 함께 밟아 나갈 수 있다는 그 사실때문에라도 힘들고 고민많았던 그 모든 시절이 보상이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거면 됐지.
하루종일 한참을 우울해 했다가..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이제야 좀 ventilation이 되는 것 같다.
나쁜 기억을 이렇게 다 쏟아내었으니 지금부터는 기쁘고 좋은 기억만 갖고.. 앞으로의 미래만을 바라보며 정진해야겠다.
앞으로는 행복한 일만 가득할거야. 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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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다녀오다.
마지막 훈련 답게(?) 지난 2년간은 영내에서 훈련했던 것 과는 달리, 영외로 나가 철원에서 3박 4일간 있었는데..
다행히도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된 지난주였기에, 훈련기간 내내 따뜻하게 지내다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따뜻해봐야 철원은 철원. 영하권의 날씨가 지속됐다..)
물론, 영외 훈련이니만큼 다른 때보다 특별히 보온에 신경을 쓴 덕도 있었는데, 특히 핫팩을 넣어서 입을 수 있는 옥션표 핫팩조끼와 깔깔이바지 - 이거 입으면 허벅지가 2배로 두껍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 그리고 내복 2겹 입기 신공을 발휘하니 영하의 날씨속에 바깥에 나가도 마땅한 보온 대책이 없는 발만 제외하고는 하나도 춥지 않았다. 다만, 몸이 너무나 둔해져서 팔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고, 야외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할때 벗고 입는 불편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 그래도 추운 것 보다는 훨씬 낫다 -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추운 건 정말 못참겠다. -
특별히 힘든 일 없이 훈련을 잘 마치고, 돌아오기 전날 밤.
새벽 3시 즈음, 잠깐 구호소 텐트 바깥으로 나와서 하늘을 쳐다보았는데, 정말... '별이 쏟아질 것 같다'는 표현이 어떤 뜻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많은 별들이 보였다. 1등성이 유독 많은 겨울 하늘, 사방이 산으로 막히고 불빛 하나 없는 민통선 근처이니 별보기에 이만큼 좋은 조건은 없을 듯 싶은데, 별을 보니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3년간의 군생활. 이런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생활한 날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런 군생활의 마지막 훈련, 그 훈련의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 그리고 병원으로 돌아가 다시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살아가게 되면 이렇게 무수히 많은 별을 볼 기회가 평생에 단 한번이라도 있을지.
별을 보고 들어와서 이런저런 생각에 야전침상위에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간신히 잠을 청했다.
나는 군생활 동안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학생, 그리고 바쁜 인턴 생활 동안에도 사진에 손을 뗀 날이 많지 않았는데, 군생활 내내 나의 정동이 mild depression상태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사진에 대한 의욕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불만스러웠던 군생활에 대한 방어기제가 denial이었던 지 군생활에 대한 기록을 굳이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군 생활 동안 제대로 된 내 사진 한 장 없고, 데리고 있었던 의무병들 사진 하나 제대로 없는데..마지막 훈련이라고 생각하니 2년간 데리고 있었던 의무병들이 새삼 귀여워져서 100만화소 저질 카메라이지만, 핸드폰으로 아이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훈련을 복귀한 뒤 바로 계속 당직이라 훈련 이후에도 덕소에서 꼼짝않고 금/토/일 계속 관사에 있는데, 나름 편하게 훈련을 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많이 피곤하다. 주말동안 좀 푹..쉬어야 할 듯.
일주일간 밀린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따뜻한 전기장판에 누워서 귤이나 까먹으면서 한가한 일요일을 보내야겠다.
이게 바로 행복!
덧글.
No-rinse shampoo는 생각보다 유용한 물품이었다.
훈련기간동안 제대로 씻지 못할때 가장 괴로운 점은 '냄새'인데, 이것을 사용하면 정말 샴푸로 머리를 감은 것 같은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한다. 향도 강하지 않고 향긋하니 좋고..머리를 감으면 부들부들한 느낌도 들고..
다만, 제품성분이 농도를 많이 낮춘 화학약품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 만큼 제대로 씻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고, 머리를 감고 난 뒤 머리처럼 손을 그냥 수건으로 닦아보면 따끔따끔한 느낌이 드는 것으로 보니 피부자극성 물질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atopic/allergic dermatitis가 있는 사람들은 사용을 피해야 할듯.
그래도 훈련간 못씻어서 정말 괴로울 때 한 두번 사용한다면 정말 큰 만족감을 줄 만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군의관 선생님들은 한번 사용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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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뭔가 써야 할 것 같긴 하고, 머릿속에 정리는 안되고, 주절주절 떠오르는 대로 글을 남기다보니 제목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
요새 부대에서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 때문에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그런 변화 속에서 이런저런 사건들도 많았고, 그 사건에 대한 사견도 블로그에 적고 싶었지만..
아직은 군에 얽매인 몸이고 요즘 사회 분위기가 매우 경직되어 있는 터라 이렇게 공개된 블로그에 일상을 적는 것 조차 요즘은 저어되기에 한동안 블로그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 아무튼 요즘 유일하게 기분좋은 일이라면 소녀시대의 1st mini album이 나온 정도랄까.
(타이틀곡 'Gee'의 뮤직비디오는 지금까지의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요즘 군은 지난 정권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국방부 장관 성향도 많이 바뀌었고..
지난 겨울, 전방에서 일어난 몇 건의 사고 덕에 요즘은 숨이 죄어올 정도로 분위기가 빡빡하다.
군의관 말년이 되면, 뭔가 좀 편해지고 병원 들어갈 준비를 하며 조금은 마음 편하게 지낼 줄 알았는데,
전역이 102일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이 지난 3년간의 군 생활중에 가장 힘든 시기인 듯 하다.
요즘은 당직군기도 매우 엄해지고.. 지시사항도 많고.. 아마도 병원에 합격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면 이 답답한 시기를 어떻게 헤쳐나갈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아니, 한편으로는 병원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하는 시점이기에 군대에서 발목을 잡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매우 불쾌하기도 하다.
아무튼, 중위 군의관이라면 의사들이 군대를 갈 수 있는 방법 중 '최악'의 방법이라 할 수 있는데,
남들이 다 말리는 그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멋도 모르고' 걸어온 지 3년이 되었다.
참 많은 후회와 회한이 드는 기간이었지만, 그래도 나라에 의무를 다 해 간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홀가분하기도 하면서..
요즘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와 공문을 보면 앞으로 군의관 생활을 해야 하는 후배들, 그리고 친구들이 참으로 측은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점점 더 힘들어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나중에 전역이 가까와 오면 3년간의 군 생활동안 있었던 여러 사건들과 군 의료에 대한 편견, 그리고 현실과 전망에 대해 좀 자세히 포스팅해야 겠다. 할 말이 정말 많지만... 아직은 할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이 답답함을 언제쯤 풀 수 있을까.
...내일부터 '또' 주말 당직이다. 순회진료다 뭐다..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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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그리고 응급당직.
안동병원에는 1년간의 인턴 기간동안 2번의 파견근무를 나갔었는데, 한번은 봄이었고, 다른 한번이 바로 추석을 포함한 한달동안이었는데...
응급실 당직을 서면서 하루하루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도 몰랐던 그 때. 어느날 24시간 응급실 당직을 시작하기 위해 응급실로 내려가보니 갑자기 서울분들이 많이 오더라는.. 그래서 '오늘 무슨일 있어요? 서울사람들이 많네..'라고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아~ 추석연휴잖아요'라고 해서 추석인 줄로 알았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연휴가 되면 응급실은 평소보다 오히려 더 바빠지는데, 대부분의 외래 진료를 보는 병원이 쉬기 때문이다. 여기에 명절에는 야외 활동이 많아지고, 차로 이동하는 거리가 느는 등, 평소 안하던 행동을 하기 때문에 벌에 쏘인다거나, 풀독이 오른다거나, 음식먹고 탈난다거나, 교통사고가 많아진다거나 하는 준응급상황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날 당직에서 가장 기억이 나는 환자는, 할아버지 집에 온 손자가 안동댐 부근에서 놀다가 넘어지면서 꽤 넓은 laceration이 얼굴에 생겼던 것과, 성묘하러 갔다가 벌집을 건드려서 온몸에 벌에 몇십 군데를 쏘인 할머니 한분.. 명절에 좋지 않은 일로 응급실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에 안타까웠던 기억이 난다.
의사라는 삶을 살게 된지 4년째, 적어도 지금까진 '남들 놀때 오히려 바빠지는' 의사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인턴때는 명절 이나 성탄절과 같은 대형(?) 휴일에 주로 응급실 근무를 했었고, 군대에 온 이후로는 연휴때마다 내려오는 '연휴간 응급사태 대비 특별 근무체계'로 말미암아 오히려 '당직근무 체계 강화'와 같은 공문을 받고, 실제로 그렇게 당직을 서고 있으니...
나같은 대대급 군의관들이 부대에서 당직근무를 서는 것과 동시에, 연휴간 군 병원에서는 민간인 상대로 당직 군의관 들이 진료를 보고 있으니,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가까운 군 병원이 있는 분들은 용무가 있을 경우 그곳에 가서 진료를 보셔도 될듯.
아무튼..길지도 않은 추석, 휴일이 금요일/월요일에 있을 때와 별반 차이없는 길이의 추석을 맞이하였음에도 당직근무강화지침으로 하루간 꼼짝달싹 못하는 당직을 서고 있으려니 조금 답답하기도 하고 해서 글을 남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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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훈련.
유격훈련 다녀온지 5일째입니다만, 의무대는 유격훈련 후유증으로 매우 바쁩니다.
물집환자, 찰과상, 타박상등 일상적인 환자가 주를 이루지만 선임병들의 연이은 전역으로 의무대기중인 일병 녀석 혼자 꽤 고생을 하고 있죠. 가벼운 환자들이야 의무병이 보는 경우도 많다지만, 이녀석이 경험이 없고 부대안에서 신뢰를 좀 잃은 터라 대부분의 병사들이 굳이 저를 만나고 갑니다.
솔직히, 소독하고, NSAIDs나 muscle relaxant등의 가벼운 약 몇 종류만 먹으면 금방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그래도 나름대로 걱정스런 얼굴로 의무대에 찾아오는 녀석들을 보자하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보낼수가 없습니다. 일일히 physical하고 reassuarance하는 것도 환자수가 많아지면 - 그것도 거의 동일한 증상으로 온다면 - 귀찮은 일이 아닐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약 지어주고 말 몇마디 하는 것에 따라 한결 안심되는 표정으로 돌아가는 녀석들을 보면 건성으로 대충 약 줘서 보낼 수는 없네요. 물론 가끔씩 꾀병인게 너무 티날정도로 찾아오는 녀석도 있지만 말이죠. :)
조그만 대대의 유격훈련이었지만, 환자는 꽤 많았더랍니다. 날씨가 비교적 서늘했음에도 훈련받다가 실신하는 녀석들도 많았고, hyperventilation에 모형탑 낙하 훈련중엔 얼굴에 laceration(열상) 환자도 다수 발생했고, 심지어는 산악장애물에서 Fx. 환자도 발생했죠. 속으로 '뭔 이래 환자가 많아?'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충분한 주의없이, 안전장치 없이, 훈련을 강행하다보니 부상자가 속출하는 것 같았습니다. 회의시간에 훈련장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수없이 당부하건만 그게 실제로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하긴, 제가 훈련을 받을때도 동기중에 Fx.환자는 물론, 심한 훈련 때문인지 avascular necrosis로 femoral bone head가 녹아나가 의가사 전역한 동기도 있었죠.
가끔씩 병사들을 보면 '아..이래서 군대를 안오려고 하나보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묵묵히 자기 일을 성실히 하고 열심히 훈련받는 병사들을 보면 기특한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저 젊은 재원들을 이렇게 썩히는구나..싶기도 하지만요. 어쨌건 제가 도움이 조금이나마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나중에 '농땡이치는 돌팔이 군의관'으로 병사들 머리에 남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오늘,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입대한 지 7개월(임관한 지 5개월)에 가까와지네요. 안그럴줄 알았는데, 군에 오니 시간에 참 민감해 집니다. 아직도 까마득하게 남은 전역이지만 하루하루 날짜 가는게 아쉬우면서도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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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 훈련 출발.
유격훈련. 군의관으로 입대한 뒤, 두번째 맞는 훈련이다.
전반기 ATT때 철원에서 10일간 숙영한 경험이 있어서 4박 5일간의 숙영 생활이 그다지 힘들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행히 날씨도 점차 선선해 지고 있고, 낮에 출발하면 열탈진/열사병 환자가 많이 발생할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야간행군을 한다고 하니 저런 환자는 별로 발생하지 않을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다.
금일 23시에 출발예정이라, 낮동안에 유격장에 먼저 찾아가 의무대 텐트를 치고 돌아왔는데 화장실과 PX, 취사반, 세면장이 모두 가까이 있어서 생활하기는 비교적 편할 것 같다. 물론 화장실이 근처에 있어서 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벌써 여기, 대대 군의관으로 배치된지 5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입대일로부터는 벌써 7개월. 이제 슬슬 군생활에 적응이 될 만도 한데.. 분명 모든 일에 익숙해지고, 간부들과도 큰 문제없이 지내면서도 항상 마음이 불편하고, 뭔가 불안하고 그렇다. General anxiety disorder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휴가 복귀 마지막 날은 정말 밤잠을 못 잘 정도로 심한 tachycardia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아직도 '군인'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군인'인 것이 불만스러운 마음이 내재되어 있는것 같다. 가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주변사람들이 '이제 슬슬 군바리임을 받아들이지 그래?'라는 말을 내뱉는 것 보면, 그런 마음이 겉으로도 표출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지금도 '별 것 아닌 5일간의 숙영생활'임을 이성적으로 주지하고 있음에도 마음속에는 짜증이 마구 밀려오고 있으니...휴...
일단, 잠시 자고 훈련을 떠나야겠다. 금일 출근 시간은 21시.
덧말.
추후에 '군의관'으로 느끼는 군대 환자 관리의 비효율과 불합리에 대한 포스트를 하나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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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stibular neuronitis
저녁을 먹은게 체한것 같다는 말과 함께..저녁을 먹은 뒤 메스껍기 시작했단다.
문진상 Nausea, Headache가 있었으며, P/Ex상 Epigastrium쪽의 direct tenderness (+).
impression enteritis로(이 얼마나 두루뭉실한 진단명인지...) medication을 시작했다.
적당히 digestive enzyme과 domperidone, cimetidine을 주고 observation하다 안정이 된 듯 하여 퇴근.
주말동안 그 녀석에 대해 잊고 지냈는데, 어젯밤 10시에 의무병에게 전화가 왔다.
계속 토하고 어지럼증이 심하다며 병원에 가야 하지 않느냐며...
Dizziness를 호소한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ENT쪽 질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분명 처음에 의무대에 왔을때 dizziness는 없다고 이야기했었는데...
다행히도 자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하여 일단 안정을 취하고 월요일 오전에 출근해서 보겠다고 답변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오늘 오전에 의무대에 내원해서 병사를 만나보니 문진상 Dizziness (+), Spinning sense (+), Nausea/Vomiting (+/+), P/Ex상 Nystagmus (+), Romberg test (+), Hearing loss (-), gait disturbance (+).
Impression. peripheral vertigo로 청평병원 ENT 외진을 시행해보니 역시나 ENT전문의 선생님의 answer는 Vestibular neuronitis, peripheral vertigo. 바로 청평병원 입원치료를 시작했다.
4일간 고생했을 녀석을 생각하니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고...
Nausea를 호소하는 녀석한테 dizziness에 대한 간단한 P/Ex마저 하지 않았나 싶어 조금은 내 자신을 책망하기도 했다. 다음부터는 이런실수를 하지 않도록.
Vestibular neuronitis (eMedicine)
: http://www.emedicine.com/emerg/topic637.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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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
벌써(!) 중위 군의관이자 대대 의무참모로 부임한지 3주가 지났습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대대장님 예하 여러 간부와 성실하고 착한 의무병들 덕에 군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사는 곳은 부대 근처의 군인아파트로 여느 군인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시설은 그저, 그렇습니다만.. 다른 중, 소위와 달리 영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특권 자체로 감사하고, 또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의사이건 아니건 간에 군의관의 일상에 대해 - 조금은 왜곡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 비교적 진실되게 알고 계십니다만, 주위의 많은 친구들 - 군 미필자 및 여자 - 은 종종 제게 "군의관은 뭐하고 있어?"라고 묻곤 합니다. 심지어는 공중보건의와 비슷한 직책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 글은 그 분들에 대한 답변이 되겠습니다.
먼저, 군의관은 의과대학 6년을 졸업하고 인턴 1년, 혹은 인턴 1년 및 레지던트 4년간의 과정을 이수한 자가 오게 됩니다. 즉, 의과대학을 바로 졸업하고 군에 입대할 경우 군의관으로 올 수 없는 거죠.
인턴 1년만을 이수하고 군에 입대하는 사람은 신체등급 1~3급의 경우 100% 군의관으로, 4급의 경우는 확률에 따라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로 입대하게 됩니다. 최근 여의사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군입대를 하는 의사의 수가 적어져 신체등급 4급까지도 군의관으로 오는 분위기입니다.
레지던트 4년을 마치고 군대에 오는 사람은 군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의의 수에 따라 신체등급 1급부터 군의관으로 선발되게 됩니다. 즉, 극히 적은 인원을 선발하는 과를 전공하는 분들은 1급을 받고도 공중보건의로 선발이 되는가 하면 정형외과와 같이 군에서 많이 필요로 하는 전공을 갖고 계신 분들은 신체등급 3~4급을 맞고도 군의관으로 선발되게 됩니다.
대개의 경우 의사들은 군의관보다는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중보건의의 삶을 선호합니다만, 불행히도(?) 군의관에 선발된 의사의 경우 매년 2월에 경상북도 영천의 육군 3사관학교에서 7주, 대전 군의학교에서 2주, 총 9주간의 의무사관후보생 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인턴 1년만을 이수하고 군에 입대하는 사람은 '중위'로, 레지던트 4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사람은 '대위'로 임관하게 됩니다. 이 계급의 변동없이 3년간 군에 복무하게 됩니다.
초임부임지는 육군본부 인사담당처에서 컴퓨터 난수에 의해 - 소위 뺑뺑이 - 선택됩니다. 중위의 경우 대부분 대대급의 의무소대장으로 근무하게 되며, 극히 일부는 사단의무대의 군의관으로 지내는 영광(?)을 지니게 됩니다. 대위의 경우 병원급의 군의관, 의무중대장, 혹은 사단의무대 군의관으로 골고루 배치되게 됩니다만, 야전보다는 병원을 대부분 선호합니다.
이상으로 군의관의 선발 및 배치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드렸고, 지금부터는 제가 속한 중위 군의관의 삶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야전으로 배치된 중위 군의관은 대대급의 군의관 및 의무참모를 하게 됩니다. 육군을 예로 들면, 보병사단의 경우 의무중대장 예하에 배치되게 되며, 포병여단의 경우 대대장 직속 특별참모로 배치되게 됩니다. 기갑이나 전차부대의 경우도 대대장 직속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위 군의관의 삶은 일반 위관급 간부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부대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8시 부근의 출근, 오후 5~6시경의 퇴근을 하게 되며, 대대장의 권한에 따라 일부는 BOQ(독신자 간부 숙소 - 대개 영내에 있음), 일부는 관사에 살게 되고, BOQ에 배치되었으나 BOQ에 살기를 거부하는 대부분의 군의관들은 자비로 월세를 얻어 살기도 합니다. BOQ의 경우, 매일매일 부대 안에서 취침을 해야 하며 부대복귀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상에 매우 많은 제약을 받게 되므로 대부분의 군의관은 이를 피하려고 하며, 소, 중위의 경우 육군규정상 관사에 살 수 없게 되어있으나, 군의관의 경우 대부분의 부대에서 대대장의 권한으로 관사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에 BOQ로 배치되었을 경우에도 대대장과 적당히(!) 네고를 하면 관사로 나오는 경우도 적지많은 않습니다.
대부분의 부대가 도심지와 떨어져 있고, 심지어는 시골 읍내에서도 한두시간씩 산길을 돌고돌아야 나오는 먼곳에 위치해 있는 경우도 많아 군의관들은 자가차량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육군규정에서 소, 중위의 경우 자가차량 보유를 금지하고 있으나 군의관의 경우 응급환자이송에 자가용을 사용할 경우가 비일비재하므로 숙소문제에서와 같이 대부분의 부대에서 군의관에게 특혜(?)를 주고 있습니다.
군의관은 일과시간에는 의무대에서 환자진료 및 행정업무를 보게 되며, 일과시간 이후에는 자유이나, 육규에서 규정한 대로 위수지역 - 부대에 따라 다르나, 우리 부대의 경우, 부대에서 1시간 거리 내에 있어야 함을 원칙으로 함 - 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서울 거주자의 경우, 서울과 완전히 맞닿아 있는 인접부대를 제외하고는 집에 갈 수 없습니다. 물론 일년에 개개인에게 부여되는 25일간의 연가를 사용할 경우,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퇴근시간 이후에도 언제든 의무대에 군의관의 진료를 필요를 하는 환자 발생 시, 또는 부대 비상소집시 부대로 복귀해야 하며, 이때 위에 적은 것과 같이 위수지역을 벗어나 지정시간에 돌아오지 못할 경우 징계를 당하게 됩니다. 이 위수지역 개념이 군의관의 QOL(Quality of life)을 공중보건의보다 현격하게 떨어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
또한 일과시간에는 환자진료 외에, 오전의 상황보고회의, 오후의 결산회의에 참석해서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들을 꾸욱 참아가며 몇십분 내지 길게는 몇시간까지 들어야 하며 - 이 회의에서 군의관이 보고를 하거나 할 말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 군에서 군의관에게 부여한 온갖 잡일 - 부식 검사, 방역, 말라리아 예방약 투여, 유행성 출혈열 예방접종, 순회진료, 정기외진 선탑, 응급처치요원 양성 교육, 의약품 신청 및 수령 등 - 을 해야 합니다. 물론, 이 일들의 loading은 병원에서 내게 부여되는 그것에 비해서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나 그간 해 본 적 없는, 익숙치 않은 일을 군에서 요구하는 절차와 서류에 맞추어 나의 자율성과 무관하게 일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닙니다.
또한 군의관의 경우 부대에서 행하는 - 본인이 원치않는 행사 - 에 강제로 동원되어야 할 때도 많습니다. 또한 술자리에서는 간부들의 상관을 향한 어이없는 '아부'들을 꾸욱 참고 들어야 하는 인내심도 강력히 요구됩니다. 가끔은 모임의 분위기나 대대장의 비위를 맞춰 주기 위해 나 역시도 내키지 않는 그러한 멘트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한편, 부대훈련에 의무지원을 나가서 야외에서 숙영하는 경우도 많은데 텐트를 치고 생활하게 되므로 더위와 추위, 비위생적인 환경 등과 싸워야 합니다. 특히 군생활 동안 USMLE등의 공부와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이 점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훈련이 많은 부대의 경우 일년에 5개월 정도 야외훈련을 나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군의관의 경우 부대에서 '가장 편한 직종'임에는 분명합니다. 하루 진료환자는 10여명을 넘지 않고, 대부분의 가벼운 sprain이나 URI, ATP정도입니다. 행정업무도 조금씩 일이 익숙해지면서 큰 부담은 되지 않고, 의무병들이 많은 부분을 대신해 주기 때문에 훈련도 없고, 특별한 행정업무도 없는 평시의 경우 군의관은 출근해서 간간이 오는 병사들을 진료하고 치료하며, 나머지 시간에는 공부를 하거나 하며 보내면 됩니다. (다른 주특기로 군 생활 한 분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리겠지만 규정상 노트북이나 PMP, MP3 Player등을 부대 내로 들여올 수 없기에 하루종일 이렇게 지내기만 하는 것도 여간 고역은 아닙니다.)
다만,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해야 하는 군생활, 나를 의사라기보다는 군인으로 보는 간부들, 공중보건의로 군생활 하는 주위의 의사들을 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제한된 자유(!) 등이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수많은 의사들, 그리고 저를 괴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 조금 길었지만 (중위)군의관의 삶에 대해 간단히 적어보았습니다. 이제 궁금증이 풀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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