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훈련.
유격훈련 다녀온지 5일째입니다만, 의무대는 유격훈련 후유증으로 매우 바쁩니다.
물집환자, 찰과상, 타박상등 일상적인 환자가 주를 이루지만 선임병들의 연이은 전역으로 의무대기중인 일병 녀석 혼자 꽤 고생을 하고 있죠. 가벼운 환자들이야 의무병이 보는 경우도 많다지만, 이녀석이 경험이 없고 부대안에서 신뢰를 좀 잃은 터라 대부분의 병사들이 굳이 저를 만나고 갑니다.
솔직히, 소독하고, NSAIDs나 muscle relaxant등의 가벼운 약 몇 종류만 먹으면 금방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그래도 나름대로 걱정스런 얼굴로 의무대에 찾아오는 녀석들을 보자하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보낼수가 없습니다. 일일히 physical하고 reassuarance하는 것도 환자수가 많아지면 - 그것도 거의 동일한 증상으로 온다면 - 귀찮은 일이 아닐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약 지어주고 말 몇마디 하는 것에 따라 한결 안심되는 표정으로 돌아가는 녀석들을 보면 건성으로 대충 약 줘서 보낼 수는 없네요. 물론 가끔씩 꾀병인게 너무 티날정도로 찾아오는 녀석도 있지만 말이죠. :)
조그만 대대의 유격훈련이었지만, 환자는 꽤 많았더랍니다. 날씨가 비교적 서늘했음에도 훈련받다가 실신하는 녀석들도 많았고, hyperventilation에 모형탑 낙하 훈련중엔 얼굴에 laceration(열상) 환자도 다수 발생했고, 심지어는 산악장애물에서 Fx. 환자도 발생했죠. 속으로 '뭔 이래 환자가 많아?'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충분한 주의없이, 안전장치 없이, 훈련을 강행하다보니 부상자가 속출하는 것 같았습니다. 회의시간에 훈련장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수없이 당부하건만 그게 실제로 잘 이루어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하긴, 제가 훈련을 받을때도 동기중에 Fx.환자는 물론, 심한 훈련 때문인지 avascular necrosis로 femoral bone head가 녹아나가 의가사 전역한 동기도 있었죠.
가끔씩 병사들을 보면 '아..이래서 군대를 안오려고 하나보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묵묵히 자기 일을 성실히 하고 열심히 훈련받는 병사들을 보면 기특한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저 젊은 재원들을 이렇게 썩히는구나..싶기도 하지만요. 어쨌건 제가 도움이 조금이나마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나중에 '농땡이치는 돌팔이 군의관'으로 병사들 머리에 남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오늘,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입대한 지 7개월(임관한 지 5개월)에 가까와지네요. 안그럴줄 알았는데, 군에 오니 시간에 참 민감해 집니다. 아직도 까마득하게 남은 전역이지만 하루하루 날짜 가는게 아쉬우면서도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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